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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편 -2. 가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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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편 -2. 가족

Wonju Seo 2019. 1. 12. 10:33

 호소다 마모루의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인 "초속 5cm", "언어의 정원", 그리고 "너의 이름은"도 동일하게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성장하는지를 그려낸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우리가 흔히 좋아하는 성장 드라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성장 과정의 "갈등", "다툼", "화해"등을 다루면서 "기승전결"을 따라간다. 결국, 영화를 다보고나면 무엇인가 우리에게 남은 것처럼 느껴지고, 우리도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성장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다.

 이전에 우리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시간이 어떻게 마코토를 성장시켰는지를 확인하였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마코토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을 선택한 마코토였다. 그리고,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결국 자신을 정의했던 마코토는 그야말로 어른이 다 되었다.

 이번 작품은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라는 영화로서, 늑대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가족이 어떻게 각자 (하나, 유키, 아메)를 성장시켰는지, 그리고 그 성장을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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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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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영화는 하나와 "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나는 학교에서 강의를 듣는 그를 발견하고,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이내 그들은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고, 그는 자신의 사실을 털어놓는다. 늑대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그를 사랑하였으며, 아기를 낳는데, 눈이 오는 날에 낳아서, 첫째는 "유키(눈)"으로, 비오는 날에 낳아서 둘째는 "아메(비)"로 이름을 짓는다. 행복한 가족 생활이 시작되려고 할 무렵,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에 그는 늑대의 시체로서 강가에 발견되어, 쓰레기차에 실린다. 하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울면서 그를 보려고하지만, 그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이 그렇게 사랑하는 상대를 보내버린다.

 두 사람은 같은 과거를 갖고 있는데,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어릴적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것이 공통점이었던 그들은 불행한 과거를 갖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점은 하나와 그의 결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의 죽음으로 인해 동일하게 이어진다. 참으로 아픈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행한 과거와 현재로부터 하나는 아이들을 잘 키워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현실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의 아픔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고,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경험해야한다는 것은 그 아픔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는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처를 자신의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다짐을 한다. 

 슬픔은 간혹 생각을 통해서 심화된다.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그리고 깊게 할 수록 더 슬픔은 짙어진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생각을 하지 않는것, 즉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예전에, 아는 형과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그 형은 왜 장례식 동안에는 사람들이 울지 않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죽음으로 인해서 슬퍼할 겨를이 없이, 장례식은 그 죽음을 생각하지 않도록 정말 많은 일들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을 받아야하며, 그들에게 밥을 주어야하며, 다른 업무들을 그 짧은일에 마무리를 해야한다. 이러한 일적인 부분은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에 더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여 덜 슬프게, 그리고 견뎌내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그 형은 말했었다.

 하나는 슬픔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을 잘키워내기위하여 고군분투하면서 버텨낸다. 즉, 지금 현재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일은 하나로 하여금 더 슬픔에 잠기지 않도록, 그리고 "상처"를 잘 견뎌내도록 성장시키고 있다. 가족은 그녀에게 아픔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2. 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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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키와 아메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된다. 유키는 늑대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향으로 성장하며, 반대로 아메는 늑대로서 살아가는 방향으로 성장한다. 유키의 성장의 시작은 눈이 내리고 난 이후 유키의 첫 등교로부터 시작된다. 유키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매우 다르는 것을 알고, 이에 실망한다. 하나는 유키에게 아주 이쁜 원피스를 선물함으로써,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와 같이 유키는 변한다. 하지만, 새로운 전학생 (쇼헤이)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바뀐다. 쇼헤이는 어디서 짐승 냄새가 난다고 하자, 유키는 매우 당황을 하고, 쇼헤이를 피해 도망간다. 쇼헤이는 이렇게 도망치는 유키에게 의문을 갖고, 왜 자신을 피하냐며 물어보면서 끝까지 따라다니다가, 결국 유키에게 귀를 다치게 된다. 

 유키에게 짐승 즉, 늑대라는 사실은 숨겨야했던 사실이었다. 자신이 다른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늑대라는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들키고 말았다. 유키는 하나에게 매우 미안해하며, 펑펑 울었다. 하나는 괜찮다고하며 유키를 달랜다. 유키는 자신이 쫒겨날 거라는 두려움으로 인해서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게된다. 이에 쇼헤이는 매일마다 유키의 집을 찾아와 유키와 만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이런 쇼헤이에게 하나는 "늑대가 싫어?"라고 물어보고, 쇼헤이는 "싫어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이후 쇼헤이는 자신의 귀에 생긴 상처를 유키에게 보여주고, 쇼헤이는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멋진것 처럼 보여줌으로, 유키와 쇼헤이의 갈등은 어느정도 해결된 것 처럼 보인다.

 비가 몹씨 쏟아지는 날, 쇼헤이와 단 둘이 남은 유키는 자신의 늑대 모습을 쇼헤이에게 보여준다. 유키에게 있어서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서 사과를 받고 싶었고, 그 사과를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 유키에게 있어서 늑대는 피해야할 대상이며, 되면안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유키는 자신의 사죄를 위해서 늑대가 됨으로써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쇼헤이는 이런 모습에 놀라지 않고,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유키를 용서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며, 울지 말라고 말한다. 가족외에 누군가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이를 이해하였다는 것은 유키에게 있어서 매우 기쁜일이고, 유키에 입에서 "고맙다"라는 말이 작중 처음으로 등장한다.

 가족으로서 하나가 했던 일은, 유키가 다른 또래 아이들과 비교당할때, 이쁜 원피스를 만들어서 도와주었다는 점과, 쇼헤이를 맞아들이고 쇼헤이에게 늑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여 서로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유키의 힘든 상황에서 유키를 달래준일과 유키를 나무라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가족 중 일원이 실수를 하였을 때, 그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일이다. 왜냐하면 각 구성원에 대한 기대감이 우리에게 은연중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기대감이 어긋났을 때, 우리는 가족으로서 무시하고, 미워한다. 왜 아빠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자식으로서 이정도를 못해주냐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실수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 실수를 용인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에서도 미움을 받는데, 어디서 용기를 얻는다는 것일까? 가족에서도 사랑을 못받는데, 어디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즉, 우리의 기본적인 자신감 (또는 용기)과 토대는 가족이 된다. 하나는 유키를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하고, 기다리고 (늑대로서 매우 많은 사고를 쳤지만, 하나는 유키를 나무라지 않았다.), 달래주며, 실수를 이해해주었다. 그렇기에, 유키는 늑대의 모습으로 쇼헤이 앞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진실된 모습으로서 남에게 용서를 받고자하는 유키의 마음은 더이상 어린 아이 혹은 어린 늑대의 마음이 아니었다.

3. 아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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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가 변하게된 것은, 물에 빠지고나서였다.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누군가로부터 구해졌을 때, 아메는 희열을 느낀다. 이 희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메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숲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늑대아이 영화에서는 집을 나가자마자 2개의 갈림길이 있다. 하나의 갈림길은 학교로 가는 길이지만, 다른 하나의 길은 숲으로 가는 길이다. 즉, 사람으로서의 길, 늑대로서의 길을 의미하고 있다. 아메는 유키와 다르게, 늑대로서의 길을 선택하였으며, 선생님 (작중 여우)을 만나서 늑대로서 성장한다. 선생님을 통해 아메는 산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알게 된다. 비가 쏟아지는 날, 아메는 산속의 동물들과 선생님이 걱정되어 산으로 향하게 되나, 하나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나는 아메가 사람으로서 살아가길 바랬고, 그래서 유키와 마찬가지로 학교를 가기를 바랬다. 하지만, 하나가 아메를 잡으면 잡을 수록, 아메의 속은 타들어 갔다. 자신이 해야하는 일,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일을 하기에 아메는 힘이 든 것이다. 폭우로 인해서 유키와 쇼헤이가 학교에 단 둘이 있던 날, 하나는 사라진 아메를 찾기 위해서 산속을 돌아다니지만, 그만 절벽에서 발을 헛딛어 크게 다치고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잃은 하나를 아메는 대려오고 주차장에 내려놓고 가려고하려는 찰나, 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메가 떠나가는 것을 잡으려고한다. 아직 나는 너에게 해준게 없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메는 산으로 올라가, 자신의 늑대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힌다. 이때, 하나는 아메의 늑대의 길을 받아들이고, 그의 앞길을 축복해준다.

 왜 하나는, 아메의 자신의 길을 막아야만 했을까? 추측컨데, 하나는 아메가 자신의 아빠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는 늑대인간으로 살았지만, 결국 늑대로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하나에게는 늑대는 죽을 수 있다라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는 아메를 늑대로서 살아가지 않도록 아메를 타이르고, 아메를 사람의 길로서 걸어가도록 인도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아메는 이미 늑대의 길에서 자신의 참된 존재를 깨달았기 때문에, 하나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하나는 고집을 부린 것이다. 자녀의 앞길, 그리고 자녀가 하고 싶은 길을 축복하고 응원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틀에 아메를 넣으려고 한 것이다. 아메도 하나의 이런 억지를 알고 하나의 부탁에 응했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선택하였다.

 단순히, 아메가 산으로 떠나버렸다면, 하나는 아메의 떠남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메는 하나에게 자신의 참된 모습, 즉, 늑대로서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줌으로써, 하나로 하여금 아메의 길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하나는 그제서야, 아메를 보고 웃고 그를 응원한다. 한없이 약했던, 과거의 아메는 없었다. 울보였던 아메는 없었다. 그와 반대로 찬란하게 빛나고 멋있는 늑대로서의 아메는 있었다.

 아메에게 있어서 가족은 '성장을 도와준 도구'로 받아들여진다. 가족 구성원들이 아메에게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아메 혼자서 답을 찾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메가 찾은 답에 응원해주는 하나로 인해, 더이상 아메는 주저하지 않았다. 아메에게 가족은 걸림돌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길을 막는 존재였을 것이다. 아메가 유키랑 늑대로 변해 싸운 것도, 아메의 늑대의 삶을 아메가 유키에게 강요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유키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아메가 아메로서 설 수 있음을 가족을 통해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공동체와 성장이라는 주제로 호소다 마모루 편을 마무리하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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