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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1. 언어의 정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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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1. 언어의 정원

Wonju Seo 2019. 3. 3. 11:42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작품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번째 작품은, '초속 5cm'. 그리고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이다. 먼저, '초속 5cm'를 다루고 싶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보려고 한다. 대신에 '언어의 정원'을 먼저 정리하고자 하며, 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을 때 주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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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さし曇り 雨も降らぬか
きみを留めむ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텐데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降らずとも
吾は留まらむ 妹し留めば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며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 주신다면 난 머무를 겁니다.


1. 타카오

타카오 (남자 주인공)은 고등학생으로, 학교 수업과 아르바이트로 살아가고 있다. 직접적으로 작품내에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지만, 타카오의 엄마는 이혼한 상태였고, 다른 남자와 연애로 집을 나간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타카오의 형도 여자친구와 새로운 집에서 살기 위해서 집을 나간다. 타카오의 주변 인물의 모두가, 자신의 길을 걷고 (걸음마) 있을 때, 타카오 또한 자신의 꿈의 길을 걷기 위해서(구두 장인)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타카오는 비가 올 때마다 오전 수업을 빼고 신주쿠 공원으로 간다. 비의 냄새, 그리고 정원에서 나는 향긋하고 싱긋한 그 향기에 이끌려, 타카오는 공원의 자신이 자주 가던 그 정자로 간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유키노를 우연히 만난다. 

비가 올 때 마다 타카오는 자주 이 공원에 와서 자신의 구두를 그렸나보다. 영화내에서 타카오가 자연스럽게 공책을 꺼내, 구두를 그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이 공원은 타카오의 걸음마가 시작되는 곳이 었고, 타카오의 꿈이 성취되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선생님의 훈계도, 집안의 문제도, 금전의 문제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구두에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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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하지만, 공원의 새로운 사람, 그리고 무엇인가 신기한 유키노에 의해 타카오의 마음은 움직이고, 유키노의 모습이 들어온다. 처음에, 타카오는 유키노를 이상하게 느꼈다. 초콜렛에 맥주라니.. 그것도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말이다. 타카오는 구두를 그리고 지우다가,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유키노는 지우개를 주어 타카오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타카오는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유키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 우리 어디선가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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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유키노는 타카오의 옷에 있는 고등학교 마크를 보며 안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럴지도..."

그리고, 이 영화의 중심 주제인 (어찌보면 스포일러 일 수 있는) 단가를 말한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껴서 비라도 와준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줄까?"

그리고, 유키노는 정원을 떠난다. 타카오는 떠나는 유키노를 멍하게 쳐다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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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유키노의 만남 이후에, 타카오는 비를 기다린다. 정확하게는, 공원에서의 유키노와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유키노도 이 만남을 거부하는 눈치가 아니다. 오히려, 유키노도 기다리는 것 같다. 비를, 그리고 타카오와의 만남을. 그리고 장마가 시작된다. 비가 올 때 마다, 타카오는 유키노와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그 둘은 친해지며, 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한다.

어느날,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처음으로 이야기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 자신의 걸음마, 즉 꿈을 말한다. 더이상 유키노는 신기한 사람, 남이 아닌 타카오에게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타카오의 유키노에 대한 사랑은 커져갔고, 내일도 비가 오기를 항상 기대하게 된다. 오히려 맑은 날에는 타카오는 초조해하였다.

타카오는 도시락을 싸와서 유키노와 같이 먹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유키노와 더 친해진다. 그리고 유키노에게 여자 구두를 만들기 위해서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유키노는 기꺼이 도와준다.

그리고 비가 멈춘다. 타카오는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고대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는 그 정원에 갈 수 없었다. 이는 그가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두 장인으로서 살아가가고 싶은 그의 꿈과 집에서 맡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역할들이다. 

그러다, 비가 다시 내리게 되는 날, 타카오는 자신이 여성 구두를 만들고 있고, 유키노에게 구두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타카오는 유키노의 말을 듣고, 그녀가 걸을 수 있도록 구두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비는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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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그리고 9월, 타카오는 학교를 갔고, 학교에서 유키노를 만나게 된다.

2. 유키노

이번에도 기차역에 도달한, 유키노 하지만 기차를 타지 못한다. 아니 못한다가 아니라 안했다. 유키노에게는 그럴 사정이 있었다. 유키노는 고등학교의 선생님으로서 인기가 좋았고, 따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런데, 3 학년 아이자와의 남자친구인 마키노가 유키노에게 고백을 했다가 차인 후, 일부 3학년 여학생이 앙심을 품고 유키노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렸다. 이 소문으로 인해 유키노는 학교에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며, 출근을 기피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공원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상했다. 초콜렛과 맥주 외에는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학교의 일로 인해 유키노는 무너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과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남자친구로 인해서, 그녀는 부서질 것만 같은 존재가 되었고, 그녀는 공원으로 도망갔다. 정장을 입고, 잘 차려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장이 아닌 공원으로 도망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타카오를 만났다. 그리고 타카오를 알아가면서, 타카오의 음식을 먹으면서 유키노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미각을 찾는다. 즉,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걸음마를 잃어버렸던 그녀가 걸음마를 할 수 있도록 타카오는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유키노는 타카오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비를 기다린다.

TRAILER

<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3. 불완전한, 그리고 그런 존재들의 만남과 용기, 사랑

비가 멈추고, 9월이 되었다. 타카오는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고, 타카오는 학교에서 유키노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 유키노가 출근할 수 없었던 곳은 타카오의 학교였다. 유키노는 사직을 하기 위해서 학교로 찾아오게 되었고, 타카오는 이런 사실을 알게되고, 참을 수 없어 3학년 학생들과 주먹 다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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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주먹 다툼 이후, 타카오는 공원으로 향한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전의 타카오라면, 가지 않는다. 갈 이유가 없었다. 오전 수업도 아니었고, 비도 내리지 않았음에도, 타카오는 공원으로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유키노를 만난다. 그리고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난 여기 있겠어요, 당신이 붙잡는다면"

그리고, 유키노는 말한다.

"맞아, 그게 정답이야"

그리고,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며, 천둥이치면서 비가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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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언어의 정원>

그리고, 그 둘은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서 유키노의 집으로 향한다. 유키노의 집에서 타카오와 유키노는 음식을하며,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둘은,

"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유키노는 타카오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타카오에게 자신이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과, 공원에서 구두가 없어도 죽을 힘을 다해서 혼자 걸을 수 있도록 연습하였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타카오와의 감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동안 고마웠어 아키즈키"

그리고, 타카오는 떠난다.

유키노가 "구두가 없어도 혼자 걸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지만, 사실 유키노가 스스로 걷게끔 도와준 사람은 타카오였다. 유키노를 위해서 도시락을 싸와주고, 걸을 수 있도록 구두를 만들어주고, 자신의 상처 (학교로 받은)에 대항해준 사람이 바로 타카오였다. 그리고, 타카오가 유키노에게 말했던 답가가 들려온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난 여기 있겠어요, 당신이 붙잡는다면"

그리고, 유키노는 타카오에게 달려간다.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말한다.

당신은 선생님이면서, 시조를 읊으면서, 왜 나를 흔들었는지.. 그리고, 당신이 선생님이었다면 나는 내 꿈에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 꿈을 불가능할 거라고 당신은 말할거라고..

"당신은...! 당신은 평생 그렇게! 해야 할 얘긴 꺼내지도 않고 자기랑은 상관 없다고 무심하게! 평생 혼자서! 살아가게 될 꺼야!"

그리고, 유키노는 달려가 타카오에게 안기며, 타카오 덕분에 걸을 수 있었다고 울면서 자신의 진짜 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저멀리 비가 내리지만, 구름이 걷히면서 아름다운 빛이 그 둘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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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둘은 저 멀리 떨어진다. 하지만, 그 둘은 더이상 주저하는 관계가 아니었다. 자신의 걸음마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걸음마가 마치는 그날 그들은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젠가 좀 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만나러 가자"

타카오의 독백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4. 감상

언어의 정원은 짧은 상영 시간 (45 분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색감 표현과 이와 함께 어울러지는 음악이 실제 상영시간보다 더 체감적으로 길게 느껴지게 한다. (더 집중하게 된다는 의미) 신카이 마코토는 언어의 정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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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 과거작에선 적어도 그려오지 않았던 감정을 본작에서는 극장 애니메이션에 담아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획을 세우기 전에 떠올렸던 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세계에는 문자보다도 맨 먼저───당연하지만, 구어가 있었습니다. 문자를 가지지 못했던 시대의 일본어는「야마토코토바(大和言葉)」라고 불려, 만엽 시대에 일본인은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를 자신들의 말인 야마토 언어의 발음에 차례대로 맞추어 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春(はる)」은 「波流(はる)」라고 쓰고, 「菫(すみれ)」은 「須美礼(すみれ)」라고 썼습니다. 그 표기에는 현재의 「春」와 「菫」라는 문자로 고정되기 전인 살아있는 회화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정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恋(こい)」는 「孤悲(こひ)」라고 썼습니다. 고독하고 슬프다는 의미입니다. 8세기의 만엽인들───우리들의 먼 선조───이 사랑이라고 하는 현상에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연애(恋愛)」는 근대가 되어 서양에서 유입된 개념이라고 하는 건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옛날의 일본에는 '연애(恋愛)'가 아니라 '사랑(恋)'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본작 「언어의 정원」의 무대는 현대지만, 그려내는 것은 그러한 사랑(恋)───사랑(愛)에 이르기 이전의, 고독하게 누군가를 희구할 수밖에 없는 감정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와의 사랑(愛)도 유대도 약속도 없이, 먼 곳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개인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현 시점에선 그 이상은 전달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孤悲)」을 끌어안고 있거나 끌어안았던 사람을 북돋워줄 수 있는 게 가능한 작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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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오는 만연집의 단가는 사랑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사랑을 영화로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신카이 마토코라서 결국에는 이어지지 않지만, 전작인 '초속 5cm'에 비하면 이정도면 박수를 쳐줘야한다. 사랑은 용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떤 상황과 환경을 단순히 기다리는 것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호감 정도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상황과 환경이 어떻더라도 그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가 (답가) 결국 사랑이 되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다. Passive하지 않고 Active하다. 살아 숨쉬며, 죽어있지 않다. 그렇기에 사랑은 역동적이고, 영화는 이를 비를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비와 천둥, 그리고 구름이 걷히면서도 내리는 찬란한 비는 사랑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초속 5 cm를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7월에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인 '날씨의 아이'가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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